도정일 교수의 '미결사회를 넘자'는 주장 잡담

2017년 3월 13일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도정일 교수의 칼럼 "문제해결 미루는 '미결사회' 넘자"를 읽었다. 박근혜 탄핵 직후에 작성된 칼럼이니, 이미 1년 이상 지난 신문의 글인 셈이데, 오늘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새겨 들을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되어 소개한다. 그 중 한 대목을 살펴보면,


미결사회의 특징은 각기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과 구성요소들을 묶어줄 공통의 가치, 공통의 마당, 공통의 이상-말하자면 ‘사회적 공통성’에 대한 인식이 빈곤하거나 부재하다는 점이다. 공유가치에 대한 인식과 헌신이 없을 때 사회 통합은 무망하고 공정사회, 평등사회의 꿈도 요원해진다. 사회 통합은 돈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다. 소득수준이나 계층간 차이에 관계없이 사회구성원들이 어떤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그 가치의 유지에 자발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면 사회를 지탱할 기본 동력은 생겨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생명 존중은 재벌, 노동자, 경영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적 기본가치에 속한다. 이런 기본가치의 공유 가능성을 넓혀나가는 것이 사회 통합의 지름길이다. 우리가 ‘헌법적 가치’라고 부르는 것들, 더 구체적으로는 헌법이 규정하는 인권, 언론과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같은 기본권들은 헌법적 가치의 구체적 항목들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6358.html#csidx443f0a1ce4171f8ad932f5537c43c81 


며칠 전에 이글루스 포스팅에도 남겼지만(skiewalk.egloos.com/5338103) 최근의 나는 현재의 정치적이고 다원화된 주장들 사이에서 싫증 또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답답함의 정체를 "미결사회"라는 단어를 통해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다. 게다가, 동시에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손 끝으로 가리켜주고 있다. 사회구성원들과 구성요소들을 묶어줄 '사회적 공통성'을 확보하려는 노력, 그 기본가치의 공유 가능성을 넓혀가는 것, 예를 들면 헙법적 가치처럼, 계층에 관계없이 동의할 수 있는(동의할 가능성이 높은) 가치들을 통해 사회를 통합하려는 노력, 바로 그것이 필요한 때라는 주장이다.

한번 읽으면 뻔한 이야기같지만,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명언이다. "정의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고 망해버려라" 내지는, "독재자라도 나타나서 확 다 쓸어버려라"와 같은 소피스트적 결론을 모두가 내리기 쉬운 이 상황에서, 민주주의적 방법을 통한 보편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 느껴진다.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방법을 통해, 최대한의 절대성에 도달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이 분의 글을 읽을 때마다 자주 느끼는, 칸트적이고, 윤리적이면서도, 현대 사회의 맥을 정확하게 짚는 통찰력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방향은 명확하게 가리켜졌다. 그곳에 실제로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할 때이다. 어쩌면 그 도착점은 '물자체'와 같이 아득히 닿기 어려운 지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방향이 명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면, 설령 실제로 그곳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눈을 감을 때 "좋구나"(Es ist gut)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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