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회찬 선생을 애도하며 천재의 감성팔이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까? 아마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거대한 절망 앞에 서 있을 때'인 것 같다. 한 평생을 투쟁하고 힘겹게 싸워온 사람마저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그 거대함의 정체는 뭘까? 정확한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알 수없는 힘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내부/외부는 기준을 가지고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념적 지형에서는 진보/보수일 수 있고, 정당을 기준으로 하면 자신이 속한 당/나머지 당이 된다. 본인을 '노동운동가'라고 규정하는 사람에게는 노동자 집단/자본가 집단이 내부와 외부로 구분될 수도 있겠다. 나를 따르는 내 편들/그 밖의 사람들도 될 수 있고... 그리고 나누고 나누다보면 자기자신/그 외가 되겠지. (더는 나누지 않기로 하자)

외부의 공격에 아무리 단련이 된 사람이라고해도, 내부에서 발생하는 작은 공격에 쉽게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다.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동일한 수준의 압력이 내부에서도 반대 반향으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인데, 만약 내부에서 지탱해주는 압력이 조금만 약해지더라도 그 전까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였던 외부의 압력이 두배, 세배... 아니 견딜 수 없을만큼 크게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마치 구멍난 풍선처럼 한번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내부라고 생각했던 일부 사람들이, 더 좁은 자신들만의 경계를 지키기 위해 '넓은 범위의 우리편'을 마구잡이로 공격한다. 그 내부로부터의 공격은 외부에 항상 있던 공격과 함께 배가 되어 짓누른다. ‘내부’의 범위를 팽창시키지 않고는 전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든걸 다 잘라내고 아주 작은 최소 단위로만 내부를 유지하지 못했던 것이 죄라면 죄일 것이다. 팽창의 대가가 이렇게 큰 것인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또, 자기 스스로에게도 100% 떳떳하지 못했던, 이 정도는 괜찮을거라고 방심했던 그 티끌같은 실수가, 양심 내부에서 지지해주던 자존감이라는 힘을 무너뜨린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그 엄격한 도덕주의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못난 점'이 있다. 허물과 잘못이 없는 사람이란 있을 수도 없고, 그런 존재가 있어서 우리에게 득될 것도 딱히 없다. '그도 결국 똑같았다'고? 전혀 똑같지 않다. 허물의 크기가 다르다. 크기는 질을 결정하기도 한다. 크기가 다른 것을 가져다 놓고 다 똑같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판단이다. 만약 그 크기가 작아서 그럴 수 있겠다, 라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허물이라면, 가능한 만큼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내부'에 함께 있는 존재들이 해야할 첫 번째 행동이다. 

우리 시대 가장 훌륭한 행동가 중 한명이었던 그의 말, 그의 유머, 그의 생각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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